독서

[문학] 달까지 가자 - 장류진

차파랑 2023. 1. 22. 19:42

★ ★ ★
제목 · 달까지 가자
저자 · 장류진
출판사 · 창비
독서기간 · 2023.01.11 ~ 2023.01.18

  제과회사인 '마론제과'에 다니는 '이다해'는 수직적인 조직 분위기와 낮은 연봉으로 회사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친하게 지내던 회사 동료 '강은상'에게서 이더리움에 대한 정보를 듣고, 전재산을 투자한다. 회사일에 집중하지도 못한 채 그래프를 보는 날이 이어지고, 그래프가 요동치는 날이면 이다해의 감정 또한 요동쳤다. 그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수익이 크게 났고, 그의 생활은 전보다 윤택해졌다. 결국은 투자 얘기를 꺼려하던 친한 회사 동료 '김지송'까지 끌어들이기에 이른다.

  실력 없이 고집은 센 직장상사, 높지 않은 연봉과 매번 어딘가 하자가 있는 자취방. 사소하게 아끼는 돈은 많지만 그럼에도 나아질 것 같진 않은 생활. 화자가 리스크 큰 이더리움 투자에 뛰어드는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 있었고, 뛰어든 후 느끼는 여러 감정도 충분히 그럴듯하다. 그래서 몰입이 잘 됐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그러나 인물들의 행동에 비해 너무 이상적인 결말이라 과정은 기억에서 사라졌다. 앞서 언급했듯, 주인공인 이다해는 전재산을 투자했다. 회사동료인 김지송은 한술 더 떠서 대출까지 받았다. 이 상태에서, 다들 돈 잘 벌어서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식의 결말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누군가 내게 작가가 이 이야기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 것 같냐 하면 '전재산 다 털어서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자', 혹은 '남의 말 듣고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자'라고 할 것이다. 최소한 이다해가 이더리움에 대해 조사해보는 장면이라도 언급했거나, 이다해가 회사에서도 그래프에 집중하느라 일을 제대로 끝내지 못해 갈등이 일어나는 상황처럼 어두운 부분도 조명했으면 괜찮았을 것 같다. 전재산 다 턴 사람 치고는 '사실 나 좀 무서웠어' 이런 대사 한 두 마디로 퉁치고, 회사에서 집중 못한다고 언급된 것 치고는 별 일 없이 지나갔다. 큰 수익을 얻는 대가에 대한 묘사가 얕았다. 심지어는 소설이 끝난 후에도 삼인방에 대한 창창한 미래를 예고해두었다. 초반부는 절절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리얼리티 소설로 공감을 얻었으나, 후반부는 판타지 소설을 읽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