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슈뢰딩거의 아이들 - 최의택
★ ☆
제목 · 슈뢰딩거의 아이들
저자 · 최의택
출판사 · 아작
독서기간 · 2022.09.04 ~ 2022.09.11
최고의 인기를 달리는 가상현실 게임 <수인과 정령>에는 수상한 소문이 있다. 우승자들이 종종 유령을 본다는 것이다. 이 소문에 대한 진상은 이 소설의 화자, '시현'의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현은 가상현실 공간에 세워진 학교인 '학당'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학당이 정식으로 런칭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당을 다니게 되었는데, 이곳에 초대받지 못한 학생들이 있었다. 바로 지적장애를 가진 학생들이었다. 일련의 사건으로 이들도 학당에 다니게 되었지만, 그들은 비장애 학생과 분리된 공간에서 수업을 듣는다. 같은 곳에 존재하지만, 서로 간섭할 수 없는 것이다. 시현의 동아리 선배인 '수리'는 그렇게 분리된 장애 학생들을 두고 '슈뢰딩거의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있지만 있지 않은 존재라는 의미로 붙인 명칭이다. 시현과 동아리원들은 이러한 사태에 분개하며 어떤 사건을 꾸민다.
이 책을 읽고 난 감상을 쓰자니 많은 생각이 들어, 쉽지가 않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알겠다. 작가가 장애를 가졌고, 그로 인한 어려움을 글로써 사회에 토로하는 느낌이 들어 그 외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잘 쓴 소설은 아니다. 문제는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확고하다는 것에서 발생한다. 너무 확고해서, 그 주장의 주변 의견을 살펴보지 않았다. 책에 나오는 단 한 사람, 악역에 가깝게 나오는 '학당'의 개발자를 제외하고는 모든 인물이 그의 주장과 정확히 같은 지점만을 바라본다. 한 사건을 바라보는 모든 인물의 시선이 같다보니, 인물에게 개성을 부여해도 그게 그 사람 처럼 보일 뿐이다. 모든 인물들은 그저 '책의 화자', '아역 배우', '이과 여학생', '자폐인'의 탈을 쓴 작가다. 본인이 원하는 얼굴로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물들이라, 각자의 개성이 얄팍하다. 얄팍한 인물들이 얄팍한 사연을 들고 나오니, 공감하기 어려울 뿐이다.
당연하게도, 작가 본인이 하고싶은 말은 정말 뚜렷하게 전달이 됐다. 인물들의 개성을 죽이면서까지 작가가 하고싶은 말을 등장인물들에게 시켰는데, 그것마저 못 지키면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하다. 내가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에서 문제 있던 부분이 있었구나 깨닫기도 했다. 그래서 차라리, 이 책이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나왔으면 좋았겠다, 싶다. 에세이는 작가가 자기 할 말만 한다고 해서 뭐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설은 아니다. 소설엔 여러 인물이 나오고 여러 인물은 각각의 시각을 가져야 한다. 이 책은 그러지 못했다.
의도가 좋은건 가산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무조건 좋은 평가를 들을 이유가 되진 못한다. 나는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