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정치/사회]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 이수정, 이다혜, 최세희, 조영주

차파랑 2022. 6. 29. 00:01


★ ★ ★ ☆
제목 ·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저자 · 이수정, 이다혜, 최세희, 조영주
출판사 · 민음사
독서기간 · 2022.04.01 ~ 2022.06.25  

  책은 범죄심리학자로 유명한 이수정 교수와 씨네 21의 이다혜 기자, 두 사람이 팟캐스트에서 나눈 대화를 엮었다. 때문에 구어체에 가까워 읽기 편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두 사람의 주된 대화 주제는 범죄 영화다. 어떤 범죄 영화를 하나 골라 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주고 영화에서 다루는 사건을 분석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책을 읽기 전에 기대했던 것은 가해자의 심리 분석이었으나, 책은 서론부터 못 박고 시작한다.

  ... 범죄 영화에 숱하게 등장하지만 대부분 피해자로 소비되다 마는 여성이나 아이의 입장에서 분석하는 프로그램

-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5p

  생각해보면 보통 범죄 영화를 보고 나서 범인이 '왜' 그런 짓을 벌였는지를 궁금해했던 것 같다. 피해자에 대해서는 그저 안타까워만 할 뿐,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소 새로웠고, 흥미로웠다.

 

  총 16개의 영화를 다루는데 개중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 것도 있는 한 편, '이렇게까지 생각하나?' 싶었던 것도 있었다(읽은지 너무 오래돼서 어떤 영화를 다뤘을 때 든 생각이었는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중 한 편, 청소년 가출팸에 대해 다룬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가출팸'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어떤 가출팸에서 한 여학생을 집단으로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생각난다. 이 사건이 없었으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가장 단순하게 생각하면 학생들이 가출을 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보통 여기서 생각을 그만둔다. 부끄럽지만 나도 그랬다. 학생들이 왜 가출을 했는지는 별로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냥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탈선 청소년이고, 그들이 종종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책에서는 그렇게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모든 가출 청소년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책에 따르면 많은 가출 청소년이 가정 폭력 등의 이유로 가정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거나, 가정 경제 상황 등의 이유로 부모가 청소년을 제대로 케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케이스는 가정 폭력의 경우다. 국내 가정 폭력 처벌의 문제는 이 책의 초반에서 언급한다. 대부분의 가정 폭력 사례에서 경제권을 가진 사람이 가해자인데, 국내법은 가해자가 가진 집과 재산의 소유권을 인정하기 때문에 결국 피해자가 집을 나가야 하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에서 가정이 안전하지 못한 청소년은 거리로 나오게 되지만, 거리로 나온 청소년에 대한 보호 시설이 많지가 않다. 거리로 나오며 개인이 된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찾는 것이 가출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집단이 됐다고 하더라도 모든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문제는 당연히 따라 온다. 그럼에도 이들은 돌아갈 집이 없기 때문에 이 폐쇄적인 집단을 유지해야 한다.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위계관계가 엄격해진다. 이 위계관계가 같은 가출팸 내의 청소년들끼리의 폭력을 야기한다.

  이전에 읽었던 다른 책, '10대의 뇌'에서는 청소년을 몸만 큰 아기라고 표현했다. 논리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충분한 성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집단 폭행 사건을 접할 때도 이해하고자 노력했지만, 그게 쉽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이후엔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벼랑 끝에 서 있고 그들을 내몬 건 어른들이다.

 

  이 책을 추천한다. 가스라이팅 범죄 영화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내가 혹시 남들에게 그런 사람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고, 앞서 언급한 가출팸과 거기서 파생된 범죄에 대한 영화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한 사건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16가지 영화로 다루는 모든 주장을 전부 납득할 수는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준 몇 가지 가르침이 상당히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