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문학] 기억전달자 - 로이스 로리

차파랑 2024. 2. 12. 23:56

★ ★ ★
제목 · 기억전달자
저자 · 로이스 로리
출판사 · 비룡소
독서기간 · 2024.02.01 ~ 2024.02.03

 

  뉴베리 상 수상작이자, 영화 '더 기버: 기억전달자'의 원작인 소설이다. 사내 독서 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마을'에 사는 '조너스'는 '12살 기념식'을 앞둔 11살 소년이다. 이 마을의 아이들은 12살이 되면 위원회가 정해준 직업을 갖는데, 조너스는 이 기념식에서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예측할 수 없어 두려워한다. 12살 기념식을 기다리는 조너스의 삶을 비추며 그려진 마을의 모습은 수많은 규칙으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규칙이 얼마나 촘촘하냐면, '아홉 살 미만 여자아이들은 머리 리본이 단정해야 한다'는 규칙까지 있다. 규칙을 어기면, 사소하게는 규칙을 어긴 사람을 겨냥한 전체 방송이 나오기도 하고, 심한 규칙 위반은 '임무 해제' 당한다.

  드디어 도래한 12살 기념식에서 조너스는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직업인 '기억 보유자'를 배정받는다. 마을에 기억 보유자는 단 한 명이다. 조너스가 기억 전달자로 선출되었으므로 전임 기억 보유자는 조너스에게 자신을 '기억 전달자'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기억 보유자는 인류의 기억을 가지고 위원회가 맞닥뜨린 어려움에 대해 조언하는 일을 한다. 조너스가 이 일을 하기 위해선 기억 전달자가 가진 기억을 조너스에게 전달해야 하므로 결정한 명칭이었다. 조너스는 기억 전달자로부터 기억을 받으며 이 마을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다.

  참 매력적인 세계관이다. 개성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다름을 언급하는 것이 무례이고, 다른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촘촘하게 결정된 규칙들, 이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세계관은 먼 미래에 정말 있을 법한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책 초중반부는 상당히 재밌게 읽었다. 그러나 후반부엔 사람을 납득시키지 않는 요소가 다수 등장한다. 기억이 어떻게 불멸성을 띠게 되었는지, 왜 조너스의 '사물 너머를 보는 것'과 같이 특이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났는지와 같은 요소가 그렇다. 언급한 이 두 가지는 특히, 내용 진행에 중요한 줄기 역할을 하는 설정이므로 설득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마땅하다. 소설은 필요한 설명을 생략했고, 결국 '있을 법한' 세계관이길 포기했다.

  책의 극후반에 큰 반전이 되어야 할 요소도 그다지 반전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그렇게 진행되리라는 것을 추측하기에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조너스의 충격을 묘사하는 부분이 다소 지루하게도 느껴졌다. 그 반전에서 기인하는 후반 전개도 몰입하기 어려웠다.

  세계관 컨셉 자체는 충분히 흥미로워서 아쉬운 소설이다.